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모니터링 시작했습니다. 방영 초기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고 종영 후에도 평이 좋습니다. 두 주인공 임바름과 박차오름을 보내는 것이 아쉽다는 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봐서 둘의 케미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비주얼 케미는 나쁘지 않습니다. 둘이 붙어 있는 그림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두 배우 나이대가 비슷해서 과한 나이차에서 오는 불편함도 없습니다. 둘 다 신임 판사 역할이라 젊고 약간 어린듯한 이미지도 잘 맞구요.


남자주인공이 굉장히 잘생겼습니다. 인피니트 엘로 유명한 김명수입니다. 이 전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왔을 때는 상당히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곧잘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잘생겼네요.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깔끔해서 싸가지 없는 판사 역할에 찰떡같이 어울립니다.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목소리 톤도 좋습니다. 하여튼 기대 이상이에요.


젓 인상은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통통 튀는 사건들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법정드라마의 인상을 잡아줍니다.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된 장면입니다. 박차오름 판사가 차도르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죠. 법원에서 판사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금기시되는 일인 걸로 보입니다. 박차오름 판사는 이 금기를 깨고 두 번째 출근 날 미니스커트를 입고 법원에 출근을 하죠. 당연히 부장판사는 박판사에게 뭐 하는 짓이냐며 호령을 칩니다. 그래서 박판사가 선택한 대답이 바로 차도르입니다. 부장님 말씀이 다 맞다며 그럼 자기가 입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옷을 입어 보겠다며 화장실에서 차도르로 갈아 입고 나타난 겁니다.


참신합니다. 시대에 맞는 주제의식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왜 법원에서는 미니스커트를 못 입지? 법원에 대해 잘 모르면 던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현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 판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질문이라 그런지 드라마를 접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참신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참신합니다. 미니스커트가 남사스러우면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옷을 입어주마 하는 마인드가 재미있어요.


이 장면을 원동력으로 1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이에 대한 참신한 해결방안은 좋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유치합니다. 특히나 재판장면이 그렇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작가가 아예 만들어낸 사건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을 때가 있습니다. 좋게 말해 드라마 같다는 거지 나쁘게 말하면 작위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깃집에서 종업원이 불판을 갈다가 한 아이의 얼굴을 스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아이의 부모는 고깃집 사장에게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죠. 고깃집 사장은 황당합니다. 아니 크게 다친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데 500만원은 너무 과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의아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원고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아 합니다. 판사들은 다친 사람은 아이인데 왜 아이 엄마만 원고에 해당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부모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말 할 뿐 속시원히 대답하지 않습니다.


법정은 세 사람의 주장으로 과열되고 피고인 고깃집 사장은 원고인 아이의 부모에게 험한 말까지 하게 됩니다. 아이가 지진아도 아니고 왜 아이가 직접 안 나오고 엄마가 대신 나오냐는 거죠. 아이의 엄마는 이 말을 듣고 드디어 입을 엽니다. 사실 아이는 마음의 병이 있다고. 그래서 고깃집에서 사고를 당하고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고. 그리고 그 사건은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말입니다. 아이는 과학 실험시간에 불이 잠깐 타오르는 것을 보고 학교에서 오줌을 지리고 맙니다. 친구들은 아이를 놀리고 아이는 그 날 이후로 따돌림을 당합니다.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원고로 설정하지 않은 것도, 500만원이라는 과한 손해배상 금액을 책정한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감동적인 사연입니다. 하지만 아이 엄마의 사연이 밝혀지자 마자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쏟는 건 아무래도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저 고깃집 사장이라면 오히려 지금 이게 무슨 감성팔이냐며 황당해했을 것 같은데요. 고깃집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반성에 조금 놀랐습니다. 복선 없는 갑작스러운 전환과 직선적인 대사들, 과도하게 깔리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이런 작위적인 느낌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뒤로 가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될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죠.


2화에서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판사가 테니스를 치는 장면도 조금은 황당했습니다. 박차오름 판사가 운동에 능하고 털털한 판사다 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는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바른 판사가 박차오름 판사를 껴안는 장면은 아직도 의미 불명입니다. 둘의 러브라인을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장면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뜬금없는 러브라인 때문에 드라마의 날카롭고 통통튀는 현실감각이 빛을 바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불평하기 보다는 부딫히는 성격의 박차오름 판사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사로 성장하고. 원리원칙주의자 냉혈한 싸가지 임바름 판사는 조금 더 따뜻하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판사로 성장하면서 둘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캐릭터는 평이하지만 통통 튀고 재미있습니다. 법정에서 둘이 어떤 서사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갈지 기대도되구요.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드라마입니다. 좋은 기분으로 모니터링을 마치고 싶습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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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준범준


드디어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마음에 여운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왜들 그렇게 인생드라마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서도 잊을 수 없는 드라마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인간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게 꿰뚫어 보는 드라마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어른이란 무엇인지. 산다는 건 무엇인지.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여실히 보여주는 인생의 교과서를 읽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9화의 엔딩을 꼽고 싶습니다. 동훈이 지안의 모든 과거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지안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광일을 찾아간 동훈. 그 곳에서 동훈은 충격적인 사실을 듣습니다. 바로 지안이 광일의 아빠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것. 광일의 말을 들은 순간 놀란 표정의 동훈. 하지만 동훈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광일에게 말합니다.


나 같아도 죽였을거야. 내 가족 패는 새끼는 나 같아도 죽여


지안은 이어폰을 통해 동훈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터져나옵니다. 자신의 모든 과거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지안은 그런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나 같아도 죽였을 거라는 말.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괜찮다는 말. 21년을 살면서 지안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이 아니었을까요?


지안과 동훈은 일전에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마. 그냥 모른 척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르는 척 하는 게 의리고 예의.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 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냐. 아무도 모르면아무 일도 아니야…”


그러면. 누가 알 때까지 무서울 텐데. 누가 알까. 또 누가 알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또 언제 알게 될까. 혹시 벌써 알고 있나? 어쩔 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던데.”


모른 척 해줄게. 너에 대해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 해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주라. 모른 척 해주겠다고. 겁나. 넌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아서.”


지안에 대해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 해주겠다는 동훈의 말. 그 약속을 동훈은 지켰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까 전전긍긍하던 지안. 누가 알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안에게 동훈은 태어나서 처음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준 사람입니다.


아직도 드라마를 생각하면 이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다리 위에서 이어폰으로 동훈의 말을 듣고 오열하는 지안의 모습.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정한 이해라는 것을 받아 본 사람의 마음이 그럴까요, 너무도 서럽게 우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혼자 상처를 꽁꽁 싸매고 있으면 눈물도 안 납니다.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조금씩 경직되고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또 다시 그런 상처를 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사람은 외롭고 불행해집니다.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처럼.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꾸역꾸역.


그런데 이해 받는 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한 명이라도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면.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때 갑자기 눈물이 쏟아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펑펑. 그렇게 한 참을 울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집니다. 경직되고 방어적이던 자세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람은 힘을 얻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힘을 얻습니다. 옆에 있어주고 상처를 나누고 서로 보듬어가면서 그렇게 사람은 사람을 통해 어떻게든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습니다.


결국 편안한 삶을 찾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움켜쥐려고 하는 걸까요. 움켜쥐려고 하는 것들이 나를 아프고 괴롭게 한다면. 그걸 위해 나를 상처 입혀야 한다면. 그건 없느니만 못한 게 아닐까요?


之安. 이를 지. 편안할 안. 편안함에 이르다. 지안. 그 이름의 뜻처럼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드라마가 끝나고 나왔던 자막처럼 나는 과연 편안함에 이르렀는지 묻고 싶은 밤입니다. 참 고마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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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준범준


더 가지고 싶어서 안간힘을 씁니다.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하나라도 더 움켜쥐는 삶입니다. 뭐가 그렇게 갖고 싶은 걸까요. 뭐를 그렇게 놓치고 싶지 않은 걸까요. 언젠가는 결국 다 사라지고 말 것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 마음의 평안인 것도 모르고.


[나의 아저씨].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 입니다. 부끄럽지만 까페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슬퍼서 운 것도 아니고. 불쌍해서 운 것도 아닙니다.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지금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회 차를 더 해 갈수록 인간에 대한 통찰은 깊어지고 점점 더 마음 한 켠이 욱신거립니다. 주인공이고 주변 인물이고 짠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이러다 정말 정들겠습니다.


한 여배우가 있습니다. 10년전에는 잘 나가는 신예였지만 재수없게 지랄 맞은 감독을 만납니다. 감독은 배우에게 연기를 그 따위로 하냐면서 별 상소리를 다 뱉어냅니다. 단편 데뷔작으로 깐에 진출한 천재 감독의 첫 장편 영화입니다. 그런데 감독 심보가 못 돼서 그런 건지 잘 나가던 영화가 엎어집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여배우는 더 이상 어떤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습니다.


10년 후 여배우는 우연히 자신에게 못된 말을 쏟아냈 감독을 만납니다. 그게 바로 동훈의 동생입니다. 첫 장편이 엎어지고 10년 동안 자기 이름 걸고 영화 한 번 못 찍은 비운의 감독. 그렇게 10년을 연봉 500받는 조연출로 전전하다 지금은 형과 함께 청소 용역업체를 하고 있습니다. 동훈의 동생은 빌라 복도에 뿌려져 있는 토사물을 치우다 여배우를 마주칩니다. 10년 만의 만남. 좋은 인연은 절대 아닙니다. 동훈의 동생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때부터 여배우는 동훈의 동생을 따라 다닙니다. 복수를 하려고 하는 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여배우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행복합니다. 아침이면 동훈의 동생이 운영하는 청소 업체를 찾아가 그를 기다립니다. 가게에 없으면 자주 가는 술집까지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자기는 감독님이 망해줘서 고맙답니다. 동훈의 동생은 어이가 없습니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열불이 뻗쳐서 여배우에게 쏘아 부칩니다. 지금 나 놀리는 거냐고. 나 망한 게 그렇게 속 시원하냐고. 그리고 너도 잘된 거 아니라고. 그러니까 죽여버리기 전에 얼른 꺼지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가려는 동훈의 동생에게 여배우는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망해서 좋았는데. 정말 좋았는데. 나중에는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것 같은데. 전혀 불쌍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돌이켜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여배우의 말처럼 동훈과 동훈의 동생 그리고 동훈의 친구들이 사는 후계동 사람들은 다들 그럭저럭 행복해 보입니다. 잘나가지도 않고 사는 건 팍팍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삶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다 잘 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다들 망가진 삶인데 가까이서 보면 나름대로 행복해 보입니다. 그거면 된 것 같습니다. 다 행복하자고 사는 인생. 뭘 그렇게 더 갖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면서 살까요.


일전에 글에서 적었던 승려와 동훈의 카카오톡 대화가 떠오릅니다.


동훈: 산사는 평화로운가? /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승려: 니 몸은 기껏해야 120 / 천근만근인 것은 니 마음


천근만근인 것은 내 마음.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망해도 괜찮아요. 잠깐 삐끗하면 망하는 세상. 이 세상에 두 다리를 딛고 버티고 서있는 우리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여배우의 말은 나 대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망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를 안심시켜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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